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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무기로 달콤한 ‘소리’를 선물하는 의사
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조진생 교수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이 바로 이비인후과다. 많은 사람들이 귀 건강에 대해 소홀히 여기지만, 사실 귀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꼽힌다. 뇌부터 발끝까지 모든 기관과 연결되어 있고 신체 기관 중 혈관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귀’를 보면 건강이 보인다고 했다. 이렇듯 세심한 우리의 귀를 지난 30년 동안 묵묵히 치료해온 의사가 있다. 바로 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조진생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가업을 이은 운명의 길을 가다
조 교수가 이비인후과 의사가 된 것은 마치 운명과도 같았다. 선친과 형님이 먼저 이비인후과 의사의 길을 가고 있었기 때문. 조 교수의 선친은 대한민국 이비인후과학의 기반을 다지고 의료계 발전에 크게 기여한 故 조진규 박사다.
“왜 의사가 되었느냐, 왜 이비인후과학을 선택했느냐 물으신다면, 사실 저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하겠어요. 하지만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고민이나 방황의 시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 저의 모습이 아주 편안하고 또 만족스럽습니다.”
약 30년 간 이비인후과 의사, 그것도 ‘귀’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의사의 길을 걸어온 조 교수에게 ‘귀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귀는 참 민감한 기관이에요. 우리 몸에서 가장 민감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손가락 끝으로 피부를 문지르는 부드러운 소리까지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세상의 온갖 소음에 노출되어 있는 기관이긴 하지만, 알아서 스스로를 청소하는 아주 깔끔한 녀석입니다.”
청진기 대신 악기 꺼내든 의사
조 교수에게는 멋진 취미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수준급의 첼로 연주가라는 것. 조 교수의 연주 실력은 몇 해 전 을지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환자를 위한 수요 을지음악회’에서도 검증된 바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동료 의사들과 마음을 모아 ‘을지실내악단’을 구성해 연주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첼로를 접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 음악의 길을 갈 것이냐, 의료의 길을 갈 것이냐 고민하기도 했었어요. 물론 지금은 취미로 삼게 됐지만, 마음의 안식을 주는 좋은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조 교수는 교회 성도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글로리아 미션’의 단장을 맡고 있다. 처음 15명의 연주자로 출발했던 오케스트라는 이제 70여 명의 대식구가 되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공연은 모두 ‘공짜’다. 연주봉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히 여기는 마음 때문이다.
환자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능력
학창시절, 조 교수도 여느 의학도들처럼 ‘이런 의사가 되어야지’ 하며 생각했던 지향점이 많았다고 했다. 물론 현실과 이상의 차이는 컸지만,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의사와 환자는 서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환자를 대하며 ‘쓸데없는 질문’을 참 많이 한다고 했다. 귀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대부분이 노년층인데, 그들에게 직업은 무엇인지, 자식들은 무얼 하는지, 농사를 짓는다면 어떤 작물을 재배하는지 등을 묻는단다. 하지만 이 질문들이 ‘쓸모 있는 대답’들로 돌아온단다.
“이비인후과 진료는 특성상 그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환자의 특성이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봤는데요.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질문들이 서로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자식농사 잘 지었다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 참 많으신데요, 저에게 자랑 더욱 많이 해주셔도 좋습니다. 제가 잘 들어드리고, 또 잘 들으실 수 있게 치료 열심히 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