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뒤흔드는 감염병으로부터
건강한 삶 지키는 ‘파수꾼’
대전을지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신형식 교수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은 채로 또 한 번 새해를 맞았다. 올해도 지난해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설렘을 느껴볼 여유조차 없이… 그렇게 2022년이 왔다.
유례없는 신년맞이로 혼란의 연속이었던 지난해, 즉 2021년 1월.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이 지역에서 가장 먼저 나섰다. 감염병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지난 20년 가까이 국립중앙의료원에 몸담았던 감염내과 신형식 교수가 있었다. 2021년 1월, 그가 대전을지대학교병원에 합류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 을지를 택하다
신형식 교수는 그야말로 국내 ‘감염병 전문가’로 통한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을 역임하며 에볼라와 메르스 등 감염 유행 시 국내외 방역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특히 에볼라 대응 해외긴급구조대 1진 팀장으로 활약한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그의 대전행이 국내 감염학계에서 화제가 됐다.
“모든 것이 새로웠지요. 을지가족의 일원이 되기로 했을 때, 처음 감염내과 전문의가 되기로 했던 그때의 마음이 다시금 떠오르더라고요. 미생물학에 관심이 많았고 또 좋아했거든요. 그동안 서적과 현장에서 배워온 감염병 지식으로 코로나 환자의 치료에 전력을 다하고 싶었습니다. 아마 대전에서의 새로운 출발도 제 인생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일 겁니다.”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을 ‘감염내과’라는 진료과는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기생충과 같은 다양한 미생물에 의한 감염질환의 진단과 치료 및 예방을 담당한다. 감염내과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질환들은 항균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 등의 치료제를 사용해 인체 내에서 원인이 되는 미생물을 제거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항생제들이 개발됐지만, 이런 약제들에 대해 저항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러한 현상 또한 감염내과에서 전담하는 치료 영역 중 하나다.
‘공감’이 곧 최고의 치료법
대한에이즈학회장을 지낸 신 교수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오늘날의 에이즈는 의학의 발전으로 매일 알약 한 알씩만 먹으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일종의 만성 질환 중 하나일 정도로 치료법이 발전했다.
“물론 아직 완치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치료제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즈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사회적 낙인 때문에 조기검진이나 예방 그리고 치료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환자분들은 병마와의 싸움보다 각종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하세요.”
결국 의사와 환자 사이에 필요한 것은 인간적인 교류였다. 특히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성립되지 않는다면 긴 레이스의 진정한 동반자가 될 수 없었다.
“모든 질환이 다 마찬가지예요. 저도 환자와 같은 사람이기에, 어느 날 갑자기 환자가 될 수도 있어요. 의사라고 해서 예외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내가 아플 수도 있으니까, 환자들의 아픔을 좀 더 와닿게 느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생을 다할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미소를 찾지요. 그런 과정들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서 언제나 귀 기울이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는 연구는 나의 ‘숙명’
인류의 역사는 전염병과 ‘전쟁’을 치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의 전염병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인류를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재앙이기도 했다. 하지만 인류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염병의 실체에 관한 연구를 거듭했고,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며 맞서왔다.
그러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인구, 교통수단의 발달과 빠르게 진행된 도시화 및 세계화로 지구 한 편에서 생겨난 전염병이 그 반대편까지 단기간에 다다를 수 있게 됐다.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그리고 2019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현재 진행형이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21세기를 ‘전염병의 시대’라고 규정짓기도 했다.
“사실 바이러스라는 건 저절로 잘 낫는 병이라고만 생각해왔거든요. 그건 아마도 이전 세대들의 연구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현시대를 사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이냐, 마찬가지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새로운 바이러스가 사람의 세포에서 어떻게 증식을 하고 이로 인해 대사활동이 어떻게 변하며, 면역이 어떻게 작용을 해서 바이러스를 어떻게 없애는지… 같은 것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년이 넘도록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해 아주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어요. 결국, 지난날 그래왔던 것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인류는 반드시 이를 극복해낼 것입니다.”
바이러스의 대유행을 통해 인류가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의학이 정립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는 신 교수. 그의 새해 목표는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