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암 두경부암 전문의
“환자 삶의 보람 찾는 것이 곧 나의 보람”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장동식 교수
흔히 이비인후과라고 하면 귀에 통증이 있거나 콧물이 날 때, 혹은 목이 칼칼할 때 가볍게 찾는 동네 의원을 떠올리기 쉽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과 관련된 질환에 대한 내·외과적 치료를 하는 진료과이다. 다만, ‘외과적’ 분야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비인후과에서 ‘암 수술’을 단번에 떠올리는 경우 또한 드물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장동식 교수는 이비인후과에서 두경부암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이다. 두경부란 가슴 윗부분부터 뇌 아래를 일컫는 부위로 뇌, 눈, 귀를 제외한 머리의 모든 부위를 말한다. 인간이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숨쉬고, 말하고, 먹는 기능 등을 수행하는 곳이고, 다양한 신경이 뇌로부터 지나는 곳이다.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부위에 발생하는 암
두경부암은 코, 목, 후두, 인두, 침샘 등 두경부에 발생하는 모든 암을 말한다. 위암, 간암, 유방암 등은 저마다 특정 지어진 장기가 있지만, 두경부는 장기라기보다 하나의 ‘해부학적 영역’이다. 후두암, 구강암, 인두암 등이 대표적이며, 넓게는 갑상선암도 두경부암에 속한다.
최근 인구 고령화로 인해 발생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다소 낯선 암이다 보니 검진에 소홀하고, 특별한 증상이 없다보니 방치되는 탓에 증상이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그러나 두경부암은 다른 어떤 암 보다도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것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기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따라서 전문의들은 긍정적인 예후를 위해 ‘조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장 교수 또한 마찬가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목소리가 쉬고 음식을 삼키는데 어려움이 생기거나, 구강이나 인두 쪽에 혹이 생기면 의심해 봐야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증상이 자주 생긴다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내시경을 받아보는 것도 질환 조기 발견에 아주 큰 도움이 되지요. 무엇보다도 두경부암은 후두와 구강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원인은 ‘흡연’ 때문입니다. 발암물질인 담배연기가 구강에서 시작해 인두와 후두를 통해 폐로 들어가니까요. 흡연은 정말이지 백해무익하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두경부에는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신경과 혈관들이 무수히 얽혀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양 절제를 할 때 범위의 확보가 다소 어렵고, 주변 구조물들의 손상 가능성도 매우 높다. 결국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정교하게 암 부위만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수술일 수밖에 없고, 의료진의 경험과 실력이 환자의 치료 결과를 좌우한다.
“부위의 특성상 섬세함을 필요로 하는 대다 응급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이 많아 매사에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어요. 암 수술 뿐만 아니라 기관절개술과 같은 질환 수술에서도 물론 그렇습니다. 몇 년 전 선천성 기관협착으로 생후 2시간 된 신생아의 기관절개술을 한 적이 있었어요. 소아의 경우 몸속에 산소량이 많지 않은데, 그렇다보니 호흡곤란으로 금방이라도 심정지가 올 수 있는 상황이었죠. 빨대보다 가는 기관에 아주 어렵게 관급식용 튜브를 삽입해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제 의사 인생에서 가장 급박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후 5년 정도가 지나서 환자와 보호자를 다시 만났어요. 목에 튜브를 제거하고 절개부위를 닫기 위해서였죠. 보호자분이 ’교수님이 뚫어주셨으니 교수님이 닫아주세요’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 시작조차 못할 뻔한 한 사람의 인생이 저로 인해 열렸고 또 이어지게 됐으니까요.”
삶의 보람 찾고자 택한 의사의 길
이공계열에 관심이 많았던 장 교수는 고교 졸업 후 공과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지금 이렇게 이비인후과 의사로서 환자와 마주하고 있다. 이유를 물었다.
“모든 일들이 다 저마다의 의미가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는 의미 있는 일? 일종의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고 싶었어요. 단적인 예를 들면 해야 하니까 하는 직장생활 보다는 스스로 보람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의사였어요. 인턴시절 외과 파트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허리가 좋지 않아 고민했거든요. 그때 우연히 수술실을 지나다 이비인후과 교수님께서 귀 수술을 앉아서 하시는 걸 보게 됐어요. 그때 ‘바로 이거구나‘ 생각했죠. 아마도 운명 이였을까요? 그 타이밍에 그런 광경을 보았으니 말이에요.”
지난 2002년 을지와 인연을 맺은 장 교수는 대전을지대학교병원이 둔산으로 이전 개원한 2004년 을지에서 수련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이비인후과 의사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이비인후과 과장으로서 대전을지대학교병원과 함께 성장하며 지역민들의 건강수호에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 장 교수의 최종 목표는 선후배와 동료, 환자들과 지내던 을지에서 본인과 같은 길을 걷게 될 후배를 양성하는 것, 그리고 본인이 그동안 익혀왔던 모든 노하우들을 전수하고 자리를 물려주는 것이다.
“내년이면 을지와 함께 한지도 꼬박 20년이나 되네요. 가족들은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병원이 ‘대전 우리 집’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조화를 이룬 덕분에 현재의 대전을지대학교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도 지역에 몇 안 되는 두경부외과 의사로서 지역의료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도 들고요. 이제 제 다음이 있어야죠. 제 손으로 직접 그 다음을 준비하면 더욱 좋겠고요.”
제법 진행된 암 수술을 집도하다보면 염증이 심하거나 출혈이 많아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이로 인한 인내심 또한 요구된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장 교수는 차분히 마음을 다잡는다. 속도가 내 마음처럼 붙지 않는다 하더라도 멈추지 않고 차근차근 해나간다면, 수술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제 인생의 보람을 찾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걷고 있어요. 더 나아가 환자분들도 저를 만나, 혹은 저로 인해 삶의 보람을 다시금 되찾게 되신다면 의사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