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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최진호 교수
2018.09.21

목숨을 걸고 심장을 뛰게 하는 의사

을지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최진호 교수

 

 

심장, 폐, 식도, 대동맥 등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주요 장기를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흉부외과는 ‘외과의 꽃’으로 불린다. 그런데도 전공의 수급이 부족한 대표적인 진료과가 된지 이미 오래고 이는 흉부외과의 명암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생명에 대한 부담감, 고난도의 수술이라는 하이 리스크와 과중한 업무 등은 ‘흉부외과=힘듦’이라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 ‘보람’의 꽃은 더욱 붉게 피는 법, 흉부외과만의 매력에 빠진 흉부외과 의사들은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최진호 교수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이다.

 

‘진짜의사’ 만들어 준 흉부외과만의 매력은
의과대학 시절 최 교수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심장내과 의사인 고모부로부터 흉부외과를 추천받았다. 그 후 흉부외과에 차츰 관심을 가지게 됐고, 생사가 달린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환자를 살리는 흉부외과에서 ‘진짜의사‘의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어느 과나 마찬가지겠지만 누군가의 목숨이 달려있는 일이기에 최선을 다합니다. 환자 상태가 좋지 않으면 병원에 계속 있어야 하고, 당직이 아닌 날에도 응급환자가 생기면 달려 나와 수술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조금 고생을 하더라도 환자가 좋아지는 모습을 보면 그 뿌듯함에 몸의 피로가 풀립니다.”
이렇다 보니 최 교수는 하루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낸다. 처음엔 잠이 부족한 탓에 힘들었지만, 이것도 이젠 익숙해졌다. 이 모든 게 억지로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는 최 교수는 흉부외과 의사로서의 삶이 ‘재미있다’고 표현했다.
“어느 날은 당직이 아니었지만 볼일이 있어 응급실에 들렀습니다. 우연히 교통사고 환자 한 명을 보게 됐는데, 심장이 파열된 상태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심낭에 피가 차면서 심장마비가 온 것이란 것을 알아챘어요. 바로 가슴을 열었습니다. 피를 빼내니 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찢어진 심장을 신속하게 처치해 환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수차례 겪다 보니 제가 하는 일이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요. 10분만 늦었더라도 환자는 죽었을 거거든요. 이 재미 속에는 아마 보람, 그리고 감사함이 함께할 겁니다.”

 

수술, 인터벤션 모두 가능한 ‘멀티서전(sergeon:외과의)’
최 교수가 처음 을지대학교병원에 부임했을 당시 대동맥 수술 건수가 1년에 3~4건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약 70건 정도의 수술을 한다. 지역은 물론이고 웬만한 수도권 병원보다도 많고, 전국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수술건수 뿐 아니라 수술성공률 또한 전국 평균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대동맥 벽이 갈라지는 대동맥 박리증 같은 응급수술을 많이 하는데, 사망률이 시간당 1%정도씩 높아집니다. 시간과의 싸움에 나서는 거지요. 그래서 아무리 늦은 밤중에도 무조건 나와서 수술을 하곤 합니다. 이렇다보니 소문이 나서 타병원에서도 환자를 많이 의뢰해옵니다.”
뿐만 아니라 최 교수에게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다. 바로 ‘인터벤션(중재술)’을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벤션이란 방사선 영상장비로 몸속을 관찰하면서 피부에 작은 구멍을 내고, 혈관이나 원하는 부위에 직접 의료용 바늘을 넣어 진단이나 치료를 하는 시술이다. 한마디로 최 교수는 국내에서는 드물게 인터벤션 시술과 수술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흉부외과 전문의인 것이다.
“아마 국내 흉부외과 의사 중에 인터벤션을 한 것은 제가 처음이지 싶어요. 스승님 때문에 접하게 됐어요. 인터벤션은 절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안전하고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나 대동맥 수술은 특성상 아주 빠르게 이뤄져야 하니까요. 덕분에 출혈이나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도 빠릅니다. 때로는 수술 중에 인터벤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건상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는 수술 중이라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방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고 판단되면 바로 전환할 수 있어요. 덕분에 성공률도 높은 편입니다.”

 

사명감을 갖고 만족을 품으며 사는 ‘참 의사’
흉부외과는 다른 진료과에 비해 수술시간이 길고, 아주 조그만 실수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최 교수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언제든 직접 환자를 본다. 또 환자의 상태에 대해 보호자에게 설명해야 할 때도 직접 이야기한다. 이런 사소한 부분들이 신뢰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업에 대한 사명감만으로 일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그 일을 하기 싫은데도 억지로 사명감을 가지고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저는 일단 일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예요. 그렇다보니 환자와 보호자를 대할 때도 좀 더 적극적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건 흉부외과 의사라는 일이 정말 재미있어요. 이러니 천직이라는 생각이 안들 수 없겠죠?”
최 교수가 의사가 된 것에는 어릴 적 할머니의 권유가 한몫했다고 한다.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거듭 말씀하신 덕분에 꾸준히 노력했고, 지금은 이렇게 만족을 품고 사는 ‘참 의사’가 됐다. 아무래도 할머니께서 최 교수에게 ‘천직’이란 선물을 내려 주신 것 같다.

콘텐츠 담당자 :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