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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치료하고, 가슴으로 보듬는 의사
을지대학교병원 외과 강윤중 교수
어둠이 짖게 깔린 밤, 인턴시절 퇴근길이었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구급차가 병원으로 들어왔다. 함께 퇴근하던 선배를 따라 무작정 응급실로 뛰어갔다. 환자의 진단명은 맹장염. 고통을 호소했지만 그날따라 예정돼있던 정규 수술들은 밤이 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곧장 수술할 의사가 없었다. 선배는 “우리가 하자”고 했다. 급하게 수술 스케줄을 잡았고 선배는 수술실에서 메스를 잡았다. 선배의 그 눈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을지대학교병원 유방갑상선외과 강윤중 교수는 그렇게 외과의사가 됐다.
외과의사의 길, 보람으로 향하는 길
어린 시절 강 교수의 아버지는 ‘인생은 보람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며, 아들에게 의사가 될 것을 권유했다. 물론 보람은 의사라는 직업이 아닌 다른 직업, 아니 어느 곳에서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강 교수는 환자를 대하면 대할수록 아버지가 왜 의사의 길을 권했는지 깨닫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외과의사의 길은 더더욱 그러했다.
“내과환자와 외과환자는 치료의 양상이 좀 다릅니다. 내과환자는 장기적인 관찰 하에 조금씩 차도를 보이는 반면, 외과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통해 위험요인을 제거하기 때문에 단시간에 좋아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로서 환자에게 쏟은 노력에 대한 결실이 바로바로 나타난다고 해야 할까요? 그 덕분에 매일매일 보람을 느끼며 삽니다.”
강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평일과 휴일을 막론하고 매일같이 병원으로 출근한다고 했다. 심지어는 휴가일정이 잡혀도 아침 일찍 병동에 들러 회진을 봐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가족들 성화에 지금은 예전만큼 못하고 있긴 한데, 그렇게 매일매일 환자분들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신뢰가 쌓이고 치료결과도 그만큼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요일에 회진을 하면 환자, 보호자 분들이 더 많이 반겨주시고 또 고맙다고 하시는데, 제 입장에선 아주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임무이기도 하고요.”
유방암, 환자의 마음까지 보살펴야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암 가운데 갑상선 암에 이어 두 번째로 발병률이 높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유방암 진단으로 크게 두 번의 아픔을 겪는다. 첫 번째는 암 진단의 순간, 두 번째는 치료를 위해 유방의 일부를 절제하게 되었을 때이다. 여성으로서 받는 상실감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강 교수는 유방질환 전문의라면 환자의 마음까지도 보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유방은 여성성을 나타내는 주요 신체부위입니다. 모성을 나타내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유방절제술과 성형술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실감이나 공포감이 사라지진 않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단순히 통증을 없애고 병을 치료하는 것에만 그쳐선 안 됩니다. 한마디로 눈에 보이지 않는 장기가 사라지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기 때문에, 신체적으로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잘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저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강 교수가 의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의사와 환자 사이의 긴밀한 유대관계가 됐다. 환자를 한 번만 만나도 될 걸 두 번 세 번 만나고, 환자에게 한 번만 이야기해도 될 걸 두 번 세 번 이야기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서다.
나를 찾아오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것
강 교수는 인터뷰 말미 필자에게 ‘나를 찾아오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말을 아주 힘 있게 건넸다. 이유를 물었다.
“요즘 병원이 얼마나 많고 또 의사도 얼마나 많습니까. 환자는 그 많은 병원, 그 많은 의사 중에 을지대학교병원을, 또 저를 만난 겁니다. 저는 환자분들이 저를 믿기 때문에 찾아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나로 인해 손해 보는 일은 없도록 하자고 늘 다짐합니다.”
강 교수와 이야기하면 할수록 환자를 위한 마음이 느껴졌다. 유방암의 경우 치료 후 생존기간이 다른 암에 비에 긴 편이기 때문에 강 교수의 이런 생각들이 더욱 값지고 귀하게 다가왔다. 의사로서, 한 인간으로서 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겸비하고 싶다는 강 교수, 그 따뜻한 가슴이 오래도록 자리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