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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권 최초 단일공 로봇수술 성공의 주역
꿈을꾸던 소년에서, 환자를 위해 도전하는 의사로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하중규 교수
그 시절 까까머리 소년은 책을 좋아했다. 책은 소년에게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기구독하는 책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두개골을 열지 않고 뇌 수술을 하는 스웨덴 의과대학의 ‘감마나이프‘ 소식은 소년에게 ‘의사’라는 꿈을 심어주었다. 소년은 꿈을 이루기 위해 학업에 몰두했다. 지금, 그 소년이 ‘의사’라는 이름으로 환자들 앞에 서있다.
어린 시절 막연한 꿈을 현실로 이루어 낸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 하중규 교수를 수술실에서 만났다.
중부권 최초 자궁근종, 자궁선종 단일공 로봇수술 성공
무혈(無血) 뇌 수술 소식이 그를 의사의 길로 이끌었다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하중규 교수는 신경외과가 아닌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호탕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좀 생뚱맞죠? 그때 당시에는 말 그대로 단적인 면에 대해 ‘동경’했던 거죠. 의사가 되면 이런 일도 해낼 수 있구나 하고요. 그런데 대학 진학해서 교육과정을 밟다보니, 하나를 하더라도 좀 전문적인 영역에 몰두하고 싶었습니다. 산부인과영역 자체가 매력이 있기도 했고요.”
하 교수는 지금도 산부인과, 특히 부인과 영역에 지속적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중이다. 특히 로봇수술이 산부인과에서 신 의료기술로 적용받은 이후 이를 통한 치료가 활발해지고 있는 가운데, 을지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는 하 교수가 중심이 되어 로봇수술이 행해지고 있다.
“을지대학교병원은 2009년에 중부권 최초로 로봇수술을 도입했어요. 그 당시 저는 복강경 수술을 주로 했었는데, 여러 학회를 다니면서 로봇수술에 점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타 진료과에서 로봇수술을 하시는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었고, 그러다보니 궁금한 것이 많아 이런저런 자료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부인과에서도 로봇수술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 스스로 고민하기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최근부터 로봇수술이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준비해왔으니 주저 없이 도전했죠.”
하 교수가 말하는 로봇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함’이다. 기존의 복강경은 교수의 손이 복강 밖에서 움직였지만, 로봇수술은 복강 안으로 로봇의 팔이 들어가서 움직이므로 정교하고 정밀하다는 것이다. 또한 봉합방법에 있어서도 로봇의 관절이 자유로우니 비교적 쉽고 간단해 자궁의 파열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했다.
작지 않은 성과도 얻었다. 하교수가 중부권 최초로 자궁근종, 자궁선종 단일공 로봇수술에 성공한 것이다.
“여성분들은 아무래도 흉터나 상처에 민감할 수밖에 없지요. 단일공 로봇수술은 단 한 곳, 보통 배꼽부위만을 절개하기 때문에 수술 후에 상처가 거의 남지 않습니다. 그만큼 회복도 빠른 편이고요. 무엇보다 자궁을 보존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보통 자궁에 근종이 여러 개이거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자궁선종인 경우 자궁을 적출해야 합니다. 그런데 로봇수술을 할 경우 자궁을 지켜낼 수 있는 것이지요. 여성에게 자궁은 여성성을 지닌 장기니까요. 의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지켜드리고 싶습니다.”
성실함과 책임감, 그리고 ‘내 가족’이라는 마음
환자와 의사가 상호 존중할 때 원활한 치료가 가능하고, 환자의 건강도 빨리 회복될 수 있다고 말하는 하 교수는 환자를 치료하면서 늘 두 가지 덕목을 마음에 품고 있다고 했다.
“첫 번째로 의사는 성실해야 합니다. 이 말인즉, 환자에게 절대 소홀하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의사가 나태하고 게으르면, 환자에게 언젠간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또 관심을 주지 않고 정성을 쏟지 않으면, 치료 자체가 내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환자는 의사를 믿고, 의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긴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순간에서도 의사로서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고, 또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이 두 가지를 모두 지키기 위해서는 환자 한 분 한 분이 정말 ‘내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봐요.“
환자들이 이런 자신을 ‘참 열심히 하는 의사’로 기억해줬으면 한다는 하 교수, 아마 환자들에게도 그의 진실한 마음과 열정이 진작 전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