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사랑과 생명존중을 실천합니다.
도전과 열정으로 ‘숨’을 지키는 의사
을지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길동 교수
‘독수리의 눈’, ‘사자의 심장’, ‘여인의 손’.
흔히 훌륭한 외과 의사가 지녀야 한다고 말하는 것들이다. 이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심장, 여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는 영국 속담을 인용한 것으로, 예리한 눈과 담대한 심장, 그리고 섬세한 손이 훌륭한 외과 의사가 될 수 있는 조건이라는 뜻이다.
학창시절부터 이러한 훌륭한 외과 의사를 꿈꿨던, 그래서 지금의 업을 천직으로 여기는 의사가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흉부외과 김길동 교수를 수술실에서 만났다.
힘든 외과 의사? 나에겐 ‘천직’
김길동 교수는 학창시절부터 외과 의사의 길을 꿈꿨다. 그냥 의사도 아닌 외과 의사, 이유가 뭘까?
“고등학교 때부터였어요. 그때 생각에, 외과 의사는 대담한 결단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멋지고 또 매력적인 일이라고 느껴졌어요. 뭔가 남성다운 면모도 있었고요. 특히 흉부외과 같은 경우는 주로 심장과 폐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외과영역 중에서도 핵심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생명에 아주 직접적으로 관여하니까요. 의대에 진학해서도 결심이 흔들리지 않았던 걸 보면, 저에게 외과 의사가 천직이긴 했나봅니다.”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모교병원에서 의사 생활을 하던 김 교수는 지난 2004년 을지대학교병원의 둔산 병원 개원 당시 대전으로 터를 옮겼다. 충청도가 고향이기에 귀향본능이 일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환자를 향한 일념 때문이었다.
“모든 암치료가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폐암은 치료 프로토콜이 병원마다 정립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환자가 내원하면 어떠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런 수술을 하고, 또 향후 어떤 치료를 받을지 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지요. 저는 그때 당시 저만의 프로토콜을 정립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이런 환자에겐 이런 치료법을 활용해봐야지, 또 저런 환자에겐 이런 수술을 시도해봐야지 하는 것들입니다. 도전정신도 한몫 했는데, 의사로서 더없이 좋은 기회였고 지금까지도 을지대학교병원으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으로 지냅니다.”
도전하는 의사, 신뢰받는 의사이길
언제부터인가 전공의 모집에서 높은 지원율을 기록하는 진료과는 소위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과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다. 응급상황 발생 가능성은 낮되 ‘삶의 질’은 높을 것으로 여겨지는 분야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부분이 가끔은 아쉽고 조금은 안타깝다고 말한다.
“사실 제가 공부할 때만 해도 의사라고 하면 누구나 써전을 떠올렸고, 그래서 외과 의사 자리가 더 귀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편한 길을 찾지요. 사실 힘든 것이 왜 없겠습니까. 또 세상이 변한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진리이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문제들도 있다고 봐요. 하지만 저는 후배들이 조금 더 도전정신을 가졌으면 합니다. 장담하건데, 아마 의사로서 느끼는 보람이나 뿌듯함은 여타 진료과들과는 비교가 안 될 겁니다.”
환자에게 어떤 의사로 기억되고 싶냐는 필자의 물음에 김 교수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신뢰’라는 두 글자를 이야기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의사를 믿지 않으면 아주 조그만 상황에도 의심이 생기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떤 과정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없다는 생각을 전했다.
“저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가 원활히 정립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암 환자의 보호자분들이 환자에게 병력을 숨기고 싶어 하고, 향후 치료 일정도 환자에게 언급 없이 별 것 아닌 것처럼 진행해주었으면 하시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일을 숨기는 건 의사에게도 보호자에게도 권한이 없는 일입니다. 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그냥 간단한 수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늘 환자와 직접 대화하려고 노력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반드시 좋은 결실이 생길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