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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끝에서 만난 을지대학병원
  • 작성자 : 이대희
  • 등록일 : 2024.02.02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기적을 만나게 됩니다. 쓰러져가는 삶을 일으켜 세워주는 기적. 저는 오늘 그 기적을 말하려고 합니다. 2024년 1월 17일 새벽 1시 30분경, 아내가 다급한 목소리로 자고 있던 저를 깨웠습니다. “여보, 나 피가 너무 많이 흘러.” 저는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괜찮아, 누워 누워요. 내가 119에 전화할게.” 아내의 다리를 타고 흐른 피가 바닥을 물들여갔습니다. 아내를 바닥에 눕히고 119에 정신없이 전화했습니다. “도와주세요. 아내가 피를 많이 흘리고 있어요. 가오동 ○○아파트입니다. 빨리 좀 부탁드려요. 제 아내는 현재 임신 중입니다. 저는 시각장애가 있습니다.”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119구급 대원이 빠르게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환자는 어디에 있죠?.” “여기요.” 구급 대원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뒤 아내를 구급차로 이송했습니다. 구급 대원은 119본부와 계속 송수신을 하였습니다. 새벽시간 응급환자를 받아줄 곳은 찾기 어렵겠지만 한 군데는 있을 거야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시간이 지나고 점점 더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한 목소리로 구급 대원에게 호소하였지만 그들은 119상황실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응급실 뺑뺑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구급차 탑승 후 2시간이 흘렀고 저는 기존에 다니던 산부인과로 가자고 하였습니다. 119상황실에서 확인하였더니 해당 산부인과는 아침 9시에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였습니다. 할 수 없이 구급차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모두가 무거운 침묵으로 상황을 맞이하였습니다. “뭐라 드릴 말이 없습니다. 우선 집에 가셔서 안정을 취하시고 아침 9시에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듯 해요.”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제가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새벽 5시쯤 집에 와서 아내를 이불 위에 눕혔습니다. 구급 대원은 자신들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시 떠났습니다. 이렇게 모든 게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40분 정도 지난 후 다시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보 나 또 출혈이 나요, 으흐흑.” 저는 황급히 119에 전화를 걸었고 기존에 다니던 동네 산부인과로 가자고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내와 뱃속 아기 모두가 위험할 것 같았습니다. 119구급대원은 저의 간절함에 동의해주셨고 동네 산부인과에 구급차를 타고 들어갔습니다. 담당 의사는 아내의 상태를 확인한 후 출혈도 심각하지만 양수가 파수된 상태라 항생제와 수액을 빠르게 투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자궁 수축이 있고 양수 파수로 현재 분만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 저희 병원에서는 미숙아를 위한 의료 시설이 전무해요.” 의사의 설명을 들으니 어지럼증과 구토가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상황들이 눈 앞에 펼쳐지니 너무 무서웠습니다. “선생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119에서도 각 대학병원 응급실에 확인했지만 아무 곳도 받아주지 않는 상황이라서요. 제가 우선 이곳저곳에 연락해 보겠습니다.” 아내는 수액과 항생제를 맞으며 침대에서 울고 있었고 저는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렸습니다. 자궁 수축 발생으로 분만이 시작되는 상황, 양수는 파수되고 임신 30주 6일인 상태, 대전에 있는 병원에서는 받아주지 않는 현재 상태, 이 모든 것이 불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그런 불편한 감정에 갇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문틈으로 통화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받아주신다고요? 고맙습니다, 교수님.” 이 말을 들은 저는 우리와 관련된 말인 것 같아 숙였던 고개를 들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보호자분, 잠시 이야기를 나누시죠.” “어떻게 되었나요?.” “을지대학병원 오관영 교수님이 받아주시기로 했어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절망의 숲속을 헤매다가 희망의 길을 찾은 기분이었습니다. 119 구급차를 타고 을지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구급차에는 산부인과 간호사도 함께 동행했습니다. 응급실에서 기본적인 검사를 받고 바로 임산부 집중치료실로 이동했습니다. 을지대학병원 임산부집중치료실은 보호자 면회가 금지되어 있더군요. 아쉬운 마음이지만 감염 예방을 위한 것이니 충분히 참을 수 있었습니다. 을지대학병원 오관영 교수님은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가족들에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크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환자의 양수가 완전 파수된 것이 아니라 적정량의 양수가 있고 자궁 수축도 점점 잡히고 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선생님.” 아내는 집중치료실에서 2주 동안 치료를 받고 현재는 집에서 통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었습니다. 어제 검진을 위해 오관영 교수님을 다시 뵈었습니다. 초음파 검사를 하면서 아이의 건강 상태를 친절하게 살펴주시고 따뜻하게 살펴주셨습니다. 을지대학병원 오관영 교수님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은 절망의 숲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결국 슬픔의 세계로 들어갔을 것입니다. 을지대학병원 관계자분과 오관영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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