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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노원·의정부… "병원 잘되는 곳 아닌,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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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020.11.18
  • 조회수10001

  [의료현장 탐방] 을지재단 64년 의료 외길 스토리

 

 
한국전쟁이 끝나고 몇 해 지나지 않은 1956년의 초겨울. 서울 중구 을지로의 아담한 2층집에 '박산부인과 의원'이 문을 열었다. 5개의 온돌방이 입원실이었다. 박영하·전증희 부부는 군의관과 간호장교였고, 전장에서 결혼했다. 동지애로 만난 의료인들이었다. 병원 운영 원칙은 단순했다. 불편하고 아픈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돌본다. 환자제일주의, 그뿐이었다.

자궁외임신, 복막 출혈…. 분만현장엔 응급 상황이 많았다. 부부는 빠른 판단과 능숙한 조치로 환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의원은 눈부신 성장을 이뤘고, 1967년 3월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을지병원'의 탄생이다. 을지재단의 설립자가 고(故) 박영하 박사다.


강남 뿌리치고 '무연고' 대전을 택하다

을지재단 64년 역사에서 대전은 특별한 곳이다. 1981년 4월, 대전을지병원이 대전시 중구 목동에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의 최신식 병원. 다른 병원들은 을지재단의 행보에 의문을 품었다. 왜 대전일까? 숱한 병원들이, 개발 열풍이던 강남으로 달려가던 시절이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병원이 잘되는 곳이 아니라 환자가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게 설립자의 신념이었다"며 "그래서 강남 아닌 대전을 택했다"고 했다.

 

당시 서울 을지로에 을지병원이 있었다. 큰 부담이었지만 감당해야 했다. 대전을지병원 개원에 필요한 토지와 건물, 의료기기를 지원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할 때 4000억원에 이르는 건립자금을 충당했다는 재단 측 설명이다. '의료 균형발전'에 대한 을지재단의 열망은 컸다.


1956년 박산부인과 개원, 1967년 종합병원으로 승격했다.

1981년 대전을지병원 개원.
 
2004년 대전을지대병원 개원, 중부권 최초·최고 시설을 갖췄다.
 
2021년 내년 봄 개교· 개원 예정인 을지대학교 의정부캠퍼스와 부속병원.
 
 
의과대학 설립해 보건의료인력 양성도
1997년 대전에 개교한 을지의과대학은 또 하나의 쾌거다. 대전을지병원 개원 당시 대전의 의과대학은 국립대학 한 곳뿐이었다. 대학설립은 재단의 오랜 꿈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말 그대로 7전8기였다. 8차례의 신청과 반려 끝, 결실이었다. 15년에 걸쳐 지역사회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한 대전을지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대학 설립 과정에서 박영하 설립자와 박준영 회장은 사재 435억원을 기부했다.

교육부는 '조건'을 걸었다. 의료취약지역에 부속병원을 신규로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을지재단은 충청남도 금산군을 택했다. 금산군은 군내에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었다. 금산 역시 '환자가 병원을 필요로 하는 곳'이었다. 박준영 회장은 다시 사재 30억원을 투입했다.

둔산 이전, 의료 지방화시대를 열다
대학이 문을 열던 1997년, 을지재단은 대전 의료계에 또 하나의 '사건'을 예고한다. 대전을지대병원의 확장 이전이다. 당시 1000병상 이상인 의료기관은 전국에 9곳, 그것도 수도권에만 6곳이 편중돼 있었다. 그 같은 상황에서 1053병상, 지상 16층 지하 3층 규모의 대전을지대병원 이전 계획을 밝혔다. 위치는 대전의 새로운 중심지로 변화 중이던 서구 둔산동. 의료 지방화시대의 서막이었다.

재단은 산하기관의 고른 발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힘을 모았다. 의료법인 을지병원(현 노원을지대병원)이 둔산병원 전체 건립자금의 70% 넘는 돈과 모든 의료장비를 지원했다. 무상 기부였다.

2004년 4월, 대전을지대병원이 문을 열었다. 병원의 혁신 대부분이 '중부권 최초'였다. '중부권 최초'로 다빈치 수술로봇, PET/CT를 이용한 미세 암 진단, 인체 동작 분석 검사를 이용한 뇌성마비 아동 수술을 도입했다. 생체 간이식, 폐이식 및 심장 동시 수술을 '중부권 최초'로 선보였다. 40년 째, 지역과의 상생, 그 모범을 보이고 있다.

'대전 신화'는 계속된다… 의료취약지구 의정부로
'대전 신화'의 연속이랄까. 내년 봄, 의정부을지대병원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인간사랑 생명존중'이라는 을지의 '진심'과 '가치'를, 지역을 달리해 끊임없이 이어가겠다는 생각이다. 경기 북부는 서울이나 수도권 남부에 비해 의료자원이 부족하다. 500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은 단 한 곳이다. '안보도시'란 이름 아래서 지역발전은 늦춰져 왔다. 박준영 회장은 "몇몇 후보지를 두고 고민하던 을지재단에 확신을 준 건 이번에도 초심, 즉 의사는 언제나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설립자의 정신"이라고 했다. 

 

"엄격한 醫術과 부드러운 仁術 펼쳐"
[김하용 대전을지대병원장 인터뷰]


 
김하용 원장은 1997년부터 대전을지대병원과 함께 했다. 자신이 몸담은 직장이, 병원이 대전이란 지역에 어떻게 '스며들어' 왔는지를 몸으로 느낀 사람이다.

"을지는 40년간 대전·충청 지역에서 인술을 펼쳤습니다. 최신 의료장비와 뛰어난 교수님들로 지역 의료에 늘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을지만의 방식으로 지역의료발전에 공헌했습니다."

김하용 원장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아름다운 병원'으로 대전을지대병원을 요약했다. 설립자인 박영하 박사가 강조한 인간사랑과 생명존중의 가치를, 진료와 운영에 투영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같은 맥락에서 김 원장은 격무에 시달리고 이직도 많은 간호사들에 대한 배려를 강조했다. 김 원장은 "엄격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된 '간호 문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교육 등 여러 방법을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예컨대 응급실 근무에 어려움을 느낄 때 상담을 통한 부서 이동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열어둔다. 간호사들의 석·박사 진학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물론 기본 처우가 중요하다. 김 원장은 "작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공시 자료를 보면 대전지역 사립대학병원의 간호직 1인당 평균 급여에서 우리 병원이 가장 높다"고 했다. 교대 근무 수당도 지속적으로 높여오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의 슬로건은 '당신도 을지가족'이다. 김 원장은 "환자를 가족으로 느낀다면 진료와 돌봄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콘텐츠 담당자 : 홍보팀